사람은 만나면 서로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야기가 통하면 친해지고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관계가 단단해지기 위해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며, 공감할 수 있어야 하죠.
브랜드가 끊임없이 소비자와 스토리를 공유하고 나누는 건 ‘친밀감’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패드 콘텐츠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매우 달랐습니다.
'Crush'편으로 곤욕을 치른 애플은 콘텐츠에 대해 사과한 후, 재빨리 새로운 광고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애플로 다양하게 예술적인 작품들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음을 쉽게 보여줍니다. 다만, 애플다움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Adobe와 비슷한 톤앤매너로 다양하고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잘 전달하고 있지만 그게 다입니다.
사실 ‘비방’의 내용도 아닌데 브랜드가 광고에 대해 사과한다는 건 이례적입니다. 애플은 그들이 무엇을 놓쳤는지, 뒤늦었지만 인정한 겁니다. 이 콘텐츠 하나로 소비자와의 친밀감이 크게 무너지진 않겠지만, 애플답지 않았다는 평가는 인정한 거겠죠. 각자의 브랜드에겐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친밀함이 있습니다. 하이네켄에겐 라이프 밸런스를 즐기는 순간을, 코카콜라에겐 작은 행복을 누리는 순간을, 나이키에겐 고민하기보다 그냥 움직이는 열정을. 브랜드가 오랜 시간 같은 얘기를 놓치지 않는 건, 친밀감을 통해 연대감을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브랜드에겐 변하지 않는 철학이 중요합니다.
걸밴드 QWER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QWER의 미니 1집 앨범 수록곡 <고민중독>은 음악방송 출연 없이 1위 후보에 올랐을뿐더러, 발매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멜론 차트 4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WER의 위아래로 하이브, 카카오엔터, SM과 같은 대형자본이 제작한 노래들만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결과입니다.
QWER의 인기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거창한 분석이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타쿠 시선에서의 주관적인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특히, 이번 글에서는 QWER이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들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를 제 맘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밴드명 ‘QWER’ 또한 사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이라는 게임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버튼명을 모아 놓았을 뿐입니다. 밴드명은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구호’처럼 QWER의 의미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구분되게 만듭니다. 팬덤명 ‘바위게’와 데뷔곡 ‘디스코드’까지, 데뷔 전부터 서브컬처 팬덤을 갖고 있었던 이들은 최초에 자신들이 공략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타겟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