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에 대한 고민이 많다. 몇몇 매체 제안 요청에서는 매체비 쓰임에 대한 논리, 즉 안정적인 성과를 요구한다. 광고나 브랜드의 인지도, 대표적인 포털의 검색량, 심지어는 상품의 매출까지도 예상치를 고려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광고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면 좀 더 안정적인 의사 결정도 가능할 것이고, 재무를 담당하는 쪽에 얘기하기도 편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광고 시장에는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한 지표와 이론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중이다. 이런 솔루션들은 훌륭한 논리의 결과지만, 완결된 논리를 조금 벗어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좀 더 필요할 수 있는 요소를 아래와 같이 생각해 봤다.
먼저 소비자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나는 소비자를 관찰하는 입장이지만, 역으로 소비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날엔 광고를 보고 나서 곧바로 구매 버튼을 클릭하지만, 어떤 날엔 나를 따라다니는 광고를 꼼꼼하게 신고 버튼으로 제외하기도 한다.
메시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점과 빈도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 구매에 이르기 위한 나의 여정은 하나의 연애 과정과도 같기 때문에 충동도 변덕도 자주 느끼는 나 자신이 원인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 너그럽게 지켜봐 주는 사람이 하나의 광고로 치환된다면 아마 구매를 일으키는데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둘째, 우리는 너무 깔때기 형태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있다. 요즘 매체 제안은 마치 롤플레잉 게임과도 같아서 소비자가 레벨업을 할 때마다 정해진 룰을 따르라는 법칙 같은 것을 만든다. 그러나 가만히 내 주위를 보더라도 특정한 광고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스스로를 브랜드가 분류한 어떤 레벨로 여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셋째, 우리는 너무 우리가 만든 완벽한 것에 의지하고 있다. 성공의 공식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적정 비용과 믹스를 제시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재미있었던 사례들이 이런 비용과 믹스를 통해서만 구현됐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좀 생뚱맞은 장소와 시간에 노출됨으로써 새롭게 고객과의 유대감을 가져갔던 사례들도 많다.
23년도는 생각보다 광고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많은 모델링과 솔루션이 같은 방향을 향할수록 동일 매체 안에서의 경쟁은 심해진다. 즉, 예상할 수 없는 경쟁 변수가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예상 밖의 결과들이 나타날수록 투자의 개념인 광고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불황의 시기, 불안을 안고 쓰는 광고비의 제안은 그 회사가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적절한 비용 세팅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전 대비 다뤄지는 광고비의 양은 줄어들겠지만, 매번 대중만을 상대하는 광고가 아닌, 소규모지만 우리가 핵심 타겟으로 여길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자들에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식들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창의적인 작은 성공들의 경험이 다양하게 확보될 때, 내년과 내후년에 더 브랜드에 적합한 광고들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각각 흩어진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관계 중심적인 광고가 지속 가능한 광고로서 필요한 때다.